숙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도 드러나지만 키아로스타미는 아이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는 데 능숙하다. 카메라가 아이들의 경계심을 허물며 한발 다가설 때 키아로스타미의 시선은 아이들과 완전히 동화된다. 비밀은 그가 60년대 말부터 카눈 청소년지능개발 산하 영화제작소에서 아이들에 관한 수십편의 기록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관련깊다. 키아로스타미는 이란의 어린이들과 대화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그들의 눈높이에서 문제에 접근한다. 성인의 세계에서 대수롭지 않게 봐넘겨온 사건들이 어린이의 시점에선 너무 절실한 것이다.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길을 떠난 아이의 심정을 담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그렇게 태어난 것처럼 다큐멘터리 (숙제)도 어린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착한 마음이 배어나오는 영화다. (숙제)는 형식면에서 대단히 단순한 다큐멘터리다. 키아로스타미는 이란의 어떤 초등학교 학생들을 한명씩 카메라 앞에 세우고 질문을 한다. "왜 숙제를 안 했는가?" "숙제가 너무 많지는 않나?" "숙제와 만화 중 무엇이 더 좋은가?" "장래 희망이 무엇인가?" 등. 부모가 문맹인 아이들은 받아쓰기를 위해 멀리 친척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집안의 잔부름을 하다 숙제를 못하기도 한다. 수많은 아이들의 증언을 통해 키아로스타미는 아이들이 느끼는 숙제에 대한 생각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보노라면 그것이 각 가정의 특수한 상황에 의한 것이든 교육제도의 문제점이든 대단히 절실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TV에서 매일 보여주는 어떤 캠페인보다 강한 설득력으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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